봄을 먹었다---정현권
뒹굴 뒹굴 2월 초순 휴일 오후의 무료함이
오후를 점령하고
따분함의 지겨움이 온몸을
나른 하게 만들때쯤,
올 겨울 마지막일것 같은 햇살의 따스함에
눈이 번쩍 띄어서
밖으로 나가야겟단 맘이 갑자기 들어서
아들과 열심히 밤을 치는 마누라를
찔러 보았다.
^,어이 우리 남새밭에 안가볼려?
밭에간지 넘 오래됐잖여.
함 가보지?
돌아온 대답이 맘에 든다.
&,그럴까여?!
완두콩도 심어야 되는데...
그럼 함 가볼까여?
^,응?완두콩?
아즉 안심엇었나? 지금 심음 제대로 따먹을수나 잇나?
&,접대 심었음 저번 추위에 얼어 죽었을 끼라
^,그랬을수도...어쨋던 함 나가보세.
완두콩씨앗을 들고 심심풀이 손바닥만한 라듸오를 들고
손잡고 밭으로 나갔다.
푸석푸석 발에 밟히는 흙들이 여간 가물다.
연신 먼지를 일으키며 바지 자락에 엉겨붙는다.
^,완두콩 심을 자리는? 하고 물을려니
에고고...완두콩 심을려 밭 한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입혀났었네.혼자 애씃네.
촉촉한 비닐속은 가뭄을 모르고 막대기로 구멍을 뚤어니
곱슬곱슬 흙살이 맘을 안심시키고,
꼭 많은 수확을 안겨줄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이네.
^,여보~오
흙좋다. 잘되겠는데?!!
&,작년에도 많이 따먹었으니 올해도 괜찮을 끼라요.
^,근데 작년보다 심는 양이 작지않나?
&,작년에도 이만큼 심엇었는데...
감이 안온다
작년엔 여기저기 빈틈있는데는 다 꽂아 심었으니
많아 보였었나 보다 금방 심었다.
그리고 그동안 잘있었나 주위를 쑥 한번 돌아봤다.
옆에 동초는 한번 뜯어 먹었나?얼어 죽었다.
상치도 살수있을라나 의문이고 양파는?
양파는 땅위는 다얼어 말랐고
그래도 땅속엔 튼실하다
마늘은?
아이 이놈보소 튼실함이 그지없네
올핸 봄가뭄 안타게 신경좀 써줘야 될낀데...
작년엔 가물어 뿌리가 제데로 영글지 않았제.
그옆엔 마늘쫑 열매를 따서시험포를 만들었는데
봄들 달래처럼 이쁘게 올라오고 있다
참 기특도 하다.이놈은 크면 통마늘이 된다던데
무사히 수확을 할수 있을지,
근데 비닐밑에 풀이넘 자랏다
^,여보~오 풀좀 뽑아야겠는걸,
비닐밑이 따시긴 따신가봐 풀이 넘 자랐어.
&응 그래요.
애구~ 여기 봄이 자라네
^.뭐?
&,냉이가 가득 올라와.
^,그래? 그럼 뽑아서 오늘 된장국.
&,좋죠.그래요.
한주먹 하고도 더된다.
조그만 손대야에 절반이나.
풀다뽑고 냉이뜯어 일어나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
^.햇살좋고 여보~오 저 위에 까정 산보나 좀할까?
냉이를 담은 손대야를 길가에 놓아 두고팔장을 끼고
올만에 둘이 나란히 산보를 했다 참으로 좋다
산보를 마치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옆동 일층 아줌씨하고 여기 살다 달천으로 이사간
학원 하는 아줌씨하고 눈에 띄네.
나눠먹기 좋아라 하는 집사람 얼른가서 부른다.
&,언니들 이것좀 가져가,냉인데 벌서 올라왓네.
조금만 달라는 아줌시들한테 절반을 떼어준다.
..잘먹을께..
참 오지랍이 넓다 내 마누라지만 그래서 쬐께싫다.ㅎ
시시콜콜한것까정 다나눠 먹을려 한다. 콩한쪽까정.
작년엔 깻닢,상치를 꽤나 나눠 먹었다.
그래도 내마누라라 좋아해 줘야지...
집으로 들어와서 씻고 컴보고 쉬고있는데
구수한 냄새가 난다.
^,여보 뭐해?
&네 된장국 끓여요 냉이넣고,봄을넣고,
^,야 향 좋은데?이게 봄냄샌가?이제 봄이로구나!
히히 오늘 저녘에 봄을 먹었다 이른 봄을
행복한 봄맛을 보았다.
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