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고 싶을 땐 잠을 자야 해."
"네?"
"꿈꾸면 엄말 볼 수가 있으니까.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했어.
꿈속에선 앞을 볼 수 있거든."
"꿈에서 깨면 그럼 아무것도 안 보이나요?"
"아무것도 안 보여.
그래서 나 같은 사람한텐 꿈에서 깬다는 게 큰 절망이야."
"절망이요?"
"그래, 그렇지만 이젠 괜찮아. 생각을 바꿨기 때문이야.
희망이니 절망이니 하는 것들도
다 생각하는 방식에서 비롯되는 거니까.
지금 우리가 손잡고 있는 것처럼
희망과 절망도 손잡고 있을 때가 많거든.
그 애들은 원래 친구 사이니까.커서 절망을 만나더라도
넌 멀지 않은 곳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지금 난 저기 저 감나무를 보며
미래에 대한 사색을 하고 있는 중이란다.
저 감들이 발갛게 익길 기다리는 거야.
무성한 잎들이 떨어지고 나면 사람들은
익은 감을 따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게 되는 거지.
그 순간을 위해 난 사색에 잠기는 거란다.
잎이 떨어지고 남은 빈 공간에다 내 사색을 채워놓을 생각이야.
마음에 여백을 주는 일이지. 행복이란 바로 그런 것이란다.
마음의 여백을 갖는 일.
다가올 즐거운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의 여백이 바로 행복이지.
행복이란 결국 기다림의 다른 말이야.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는 것은 없어.
돌아갈 뿐이야. 아침 이슬이 공기 속에 섞이는 것처럼,
그래서 물기를 머금은 그 공기가 다시 찬 기운과 만나
이슬로 내리는 것처럼 말이야.
모든 건 그렇게 돌아 가는 것뿐이야.
마음속에 기다림이 있는 한 우리는 아무도 사라지지 않아.
꽃들도 다시 돌아오기 위해 그렇게 떠날 뿐이야.
'어느 시인의 이야기' 중에서 - 김재진-